카페에서 나누는 부부의 대화
- 일상기록
- 2020. 11. 26.
안지기와 결혼을 시작한지도 만으로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애기간을 포함한다면 벌써 13년.
오랜시간을 함께 해 온 안지기님이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안지기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보통의 한국 남자들과 비교했을때에 조금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이다.
그런 안지기님과 나는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아니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함께 카페를 방문하곤 한다.
예전엔 따뜻하고 맛있는데다 든든하기까지한 국밥 먹을 돈으로 왜 비싼 커피를 마시냐는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 둘이서 테이블에 앉아 커피나 음료를 홀짝 거리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 참 좋다.
내가 주문하는 메뉴는 어느 카페를 가나 동일하다.
'아메리카노'(솔직히 가격이 가장 저렴한 이유도 있다.)
나와 다르게 안지기님은 변화무쌍하게 상큼한 음료를 즐기곤한다.
커피잔을 맞대어 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나는 참 잘하고 있어, 너를 위해, 가족들을위해,
하지만 모든 부분들이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많은 부분들이 그렇지 않을때가 있다.
내가 착각하고 있던 많은 부분들을 안지기님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마음속에 있던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때마다 반성하게되고 성장하게된다.
그렇다고 대화주제가 항상 무거운 것은 아니다.
함께하는 부부이기에 가족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참 많다.
집에서는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핸드폰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듯 많은 이야기들이 입밖으로 흘러나온다.
난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이 좋다.
마음속에서 생각속에서만 살고있던 이야기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이야기는 사실이되고 현실이된다.
하루종일 눈만 마주쳤다하면 어린아이들처럼 장난만치는 사이이지만 이런 순간에는 연애때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나의 이야기를 전달해주게된다.
부부간의 대화는 오래전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해오고 있다.
왠만한 고민거리들은 이런 대화를 통해 대부분 해결됨을 느꼈다.
중요한 것은 일방적이지 않은 대화.
입은 하나고 귀는 두개인 것처럼 상대방의 이야기에 조금 더 경청하고 서로 배려해주다보면 울그락불그락 끝나버리는 대화보다 미소와 함께 마무리되는 대화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안지기님과 함께 카페를 다니다보니 이제는 이런 대화뿐아니라 저마다의 카페들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즐기기도한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통창을 가진 곳, 수풀림이 우거진 산능선이 보이는 곳, 오래전 따뜻한 한옥의 느낌을 간직한 곳, 넓은 잔디밭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요즘카페들의 다양한 모습덕분에 이런 카페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더 나아가 안지기님이 기분 좋을때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취미중 하나인 사진촬영을 위해 나만을 위한 멋진모델이 되어주기도한다.
안지기님은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가슴이 콩닥콩닥해진다고한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나이는 하나둘 늘어 나지만 가슴속은 아직도 소녀인 것만 같다.
결혼했기때문에, 아이들때문에라는 말은 잠시 내려놓고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따뜻한 커피한잔을 나누면서 카페에서 대화를 시작해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