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수술 후기, 부산 새항운병원 자세히 모두 알려드림 (광고x)
- 솔직후기/병원, 의료후기
- 2020. 1. 28.
"일체 지원없는 내돈으로 수술한 솔직후기 입니다."
-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글의 분량이 많습니다. 글의 주제도 민감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2019년 12월 31일.
2019년의 마지막 날을 치루 수술날로 잡았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전에 치루라는 것을 알게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2017년 9월 항문농양제거수술을 했고 1개월~2개월간 엄청 고생 후 완치가 되는 듯 했지만 2019년 12월 31일까지 수술 부위에서 변을 볼때마다 피가 나왔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결국 고름이 차 있던 곳은 피가 지나다니는 치루가 되었습니다. 하루 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루수술을 해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항문 수술을 겪어본터라 수술 과정과 수술후 관리가 너무 치욕스럽고, 힘들고, 무서웠기에 쉽게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치루수술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신것처럼 치루는 외과적인 수술말고는 해결책이 없을뿐더러 오랜시간 방치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2020년 1월 1일 연휴를 활용해 큰 결심을 하고 치루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을 하는데 2년이 걸렸답니다.ㅠㅠ
일단 이번 수술은 제대로된 병원에서 하고싶었습니다. 거주지역인 경남 거제 근처에서 접근성이 그나마 좋았던 곳은 부산입니다. 인터넷으로 나름의 검색결과로 알게된 병원은 '부산 새항운병원'입니다. 보건복지부 외과전문병원 공식지정된 곳은 부산, 경남에 한 군대 새항운병원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아는 병원도 없을뿐더러 많이 알려지고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싶었기에 수술 2주 전 새항운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진료예약을 잡았습니다. 예약신청은했는데 따로 연락이 없어 예약이 된건지 안된건지 확인할 길이 없어 병원에 따로 연락을 해 보았더니 예약이 되었다는군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하면 문자라도 날라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예약을 할때 원하는 의사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의사마다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잡는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 병원장님이 가장 의술이 좋을 것 같아 무작정 병원장님으로 예약했답니다.
입원 준비물 : 생리대 중형(마트에서 미리사가면 저렴합니다), 10x10거즈(병원1층 편의점, 약국에서 판매), 멀티탭(왕추천), 핸드폰충전기, 노트북/충전기, 핸드폰거치대(있으면 정말 편함),슬리퍼, 물병, 수건, 세면도구
2019년 12월 31일, 새항운병원 방문
진료시간이 오후 2시 였기 때문에 1시20분경 병원에 도착했답니다.
부산시 연제구에 위치한 새항운병원의 모습입니다. 건물이 상당히 크고 깨끗합니다.
새항운병원을 우회전으로 진입하면 바로 병원주차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타워식 주차장이며 저처럼 SUV, RV차량들은 지상에 주차해야 합니다. 다행히 주차할 곳이 한군대 남아있어 지상에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입원해있는 기간동안은 주차비가 없습니다.
2층에서 진료접수가 가능합니다. 점심시간이었는데 이미 많은사람들이 진료대기중이었답니다. 역시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새항운병원 첫 방문이라 개인정보동의 서류를 작성하면 진료접수증을 출력해 줍니다. 이 진료접수증을 진료보는 곳 간호사에게 전해주면 됩니다. 시간이 조금 남기에 2층을 조금 둘러 보았습니다.
카운터에 입원 병실료 표가 나와있었습니다. 법이 바뀌어서 인지 2인실까지도 병실사용료가 없습니다!! 1인실만 10만원~17만원까지 구성되어있습니다. 정말 꿀 정보입니다. 이렇게된거 입원은 다인실이 아닌 2인실로 해야겠습니다.
병실비 옆에는 제증명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항운병원 홈페이지에도 나와있지만 의사선생님 스케쥴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오후2시경 진료시작
긴장되는 마음으로 와이프님과 의자에 앉아 대기중이었는데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저의 이름이 간호사로부터 호명됩니다. 두려운 표정으로 와이프님께 인사하고 혼자서 진료실로 들어갑니다.
의사선생님과 간단한 인사와 증상등을 이야기한 후 옆에놓인 침대에 누웠습니다. 친절하게도 침대 벽면에는 '새우자세'로 눕는법이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되어있었답니다. 조금은 익숙하게 바지를 내리고 새우자세로 누웠답니다.
드디어...올것이 왔습니다. 무언가 나이트클럽의 미러볼같은 것이 저의 소중한 곳에 들어와서는 360도로 천천히 돌아가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습니다. 근데...이게 너무 아파요 ㅠㅠ '허읍'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프고 수치스러웠습니다. 짧지만 영원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고,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치루수술을 해야한다는 군요. 그러면서 치루가 4개나되는 다른 환자의 소중이 사진도 보여주면서 증상의 심각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래도 저는 치루가 1개라면서 위로를 해주더군요.ㅠㅠ
오후에 수술해야하고 입원수속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거기다 저는 2박3일 입원을 예상하고 왔는데 3박4일 입원이라고 합니다. ㅠ _ㅠ 어차피 수술과 입원을 생각하고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준비물도 다 챙겨온 상태였답니다.
원무과 방문해서 입원수속을 밟습니다. 저는 2인실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 2인실로 배정되었습니다.
입원시 유의사항과 수술 전 주의사항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입원준비물'입니다. 다른 수술과는 다르게 '생리대'와 '거즈'가 꼭 필요합니다.(저 남자에요 ㅠㅠ) 수술 후 수술부위에서 피와 분비물이 오랫동안 나오기때문에 거즈는 엉덩이골사이에, 생리대는 팬티에 착용을해서 피와 분비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해야합니다. 생리대와 거즈는 병원 1층 약국, 편의점에서 구입가능합니다.
그리고 무통주사를 신청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48시간유지되는(2일) 무통주사의 경우 약 6만원입니다.
저는 무조건 했습니다!!!
지난 수술경험이 있기때문에 돈이 더 들더라도 선택했답니다. 참고로 첫 신청은 6만원이지만 48시간 후에는 리필이 가능한데 그 가격은 2만원정도입니다. 만약 3박4일 입원한다면 무통주사로 8만원가량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추가리필도 선택사항입니다.
2인실 병실 배정
2인실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사생활보호용 커튼이 침상을 나누고 있고 TV, 냉장고, 화장실, 샤워실이 있습니다.
침상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도어락이 달린 관물함이 있어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기 좋습니다. 오래된 느낌의 병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만족스럽습니다. 창가 자리쪽이 도시뷰도 볼 수있고 좋아보였지만 이미 다른 분이 이용하고 계셨습니다.
일단 침대에 올려진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전 검사와 수술준비를 하러 출발합니다.
간호사가 말하길 수술용 닝겔바늘이 커서 넣을때 많이 아프다 합니다. 근데....진짜진짜 팔이 얼얼해질 정도로 아팠습니다. 이 아픔만 견디면 수술할때 통증은 거의 없을거라며 안심시키더군요. 이때 무통주사도 함께 설치합니다. 무통주사는 설치와동시에 천천히 주입되지만 왼쪽팔 소매에 보이는 주황색 공같은 것을 누르면 무통주사가 더 들어갑니다.
혹시모를 경우를 대비해 알레르기검사도 합니다. 이건 조금 따갑고 맙니다. 닝겔바늘 꼽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술시작
2시진료후 약 4시경 수술준비가 되었다는 말과함께 와이프님과 함께 수술실로 걸어갑니다. 아 수술실 가기 전에 미리 소변을 보셔야 합니다. 저는 별도의 관장같은건 하지 않았습니다.
아...정말 두렵습니다. 또 다시 누군가에게 저의 소중이를 보여줄 때가 되었답니다. 이 순간만 견디면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조금 다행히도? 남자간호사분께서 저를 안내합니다. 수술실안에는 3개 정도의 수술대가 있는 것 같았는데 저는 제일 오른편의 수술대로 이동 후 최대한 허리를 굽힌 새우자새로 척추마취(하반신마취)를 합니다. 살짝 뻐근하긴 하지만 이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2년전 거제에서 했던 마취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마취와 동시에 바로 하반신이 뻐근해짐을 느낍니다. 거제에서 할때는 핀셋으로 소중이를 여러번 잡아당기면서 아픈지 계속 물어보았었는데 이 곳은 그런거 없습니다. 한방이었습니다.
수술대에 엎드린 자세로 저의 소중이 부분을 테이핑하기 시작합니다. 소중이가 잘 보이게 엉덩이를 최대한 양옆으로 세게 잡아당기면서 테이핑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곧 수술이 시작 됩니다. 뭔가 치과에서 윙~거리는 기구같은 소리도 나고 충치치료할때와 비슷한 냄새도 납니다. 하반신 마취이기 때문에 모든 소리가 제 귀로 들어옵니다. 수술 과정을 볼 수 없기에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제발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고 또 빕니다.
대충 10~15분정도 후 수술이 끝납니다.
정말 수술은 별거 없습니다. 마취를 하기에 별다른 통증도 없고 앞에 수술용 주사를 놓을때만 아팠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는군요. 사실 이 이야기도 원장선생님에게 들은것이 아니라 남자 간호사한테 듣게 되었습니다. 원장샘은 시크하게 자기할일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사라지셨습니다. 그래도 마취와 수술 모두 원장선생님이 했답니다.
하반신 마취가 되어있기에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남자간호사님의 도움으로 침대로 옮겨지고 낯선 천장의 형광등불빛을 바라보며 저의 입원실로 실려 갑니다.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던 와이프님이 저를 보자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입원실 침대로 뒹글면서 옮겨진 후 와이프님이 계속 웃습니다. 그러더니 남자간호사분이 난데없이 괜찮냐고 물어 봅니다. 네? 알고 봤더니 와이프님이 제 다리를 세게 꼬집고 다리털을 뽑고있었다고 합니다. 마취상태라 당연히 모를 수 밖에요 ㅎㅎ 그래도 다리털을 수십개는 뽑힌 것 같습니다. 왁싱에 관심있는 분들은 지금이 기회일 것 입니다.
수술 후
이제 인고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입원 병실에 도착한게 오후 4시30분 경이었는데 마취가 풀리고 8시 30까지 활동금지, 밤 10시 30분까지 금식, 머리들기 금지, 12시 30분까지 베게사용금지, 다음날 아침까지 변보기 금지 입니다.
마취가 빨리 풀리지 않습니다. 하반신이 내건가 싶을 정도로 감각도 없고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습니다. 와이프님은 나 모르게 계속 다리털을 뽑거나 꼬집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손은 살아있기에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때웁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계속 들고 있으니 팔이 아픕니다. 고개를 돌리는것도 좋지 않다고 하는데 고개를 조금씩 돌려가면서 핸드폰을 봅니다. 마취가 조금씩풀리고 있다는 것은 느끼게된건 와이프님이 나모르게 뽑고있던 털의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약 4시간정도기 지나서야 처음으로 소변을 봅니다.
2인실이었기 때문에 병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는데 상당히 불편합니다. 환자복과 팬티를 내리는 것도 쉽지않고 괄약근에 힘을 가해질때마다 통증이 동반되면서 힘있게 소변을 볼 수 없습니다. 그저 소변이 나오는대로 방치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힘있게 소변을 마무리 볼 수 없어 소변도 조금 더 새어나오기도 합니다. ㅠㅠ
무통주사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큰 통증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배변감도 들고 정신이 맑지도 못합니다.
와이프님은 아이들을 돌보러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저 혼자 모든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밤 11시 30분 잠못들고 있을 시간 여자간호사님이 방문해서 저의 소중이 안에 지혈용으로 넣어두었던 '지혈용거즈'를 빼내 줍니다. 그리고 소중이 겉을 막고있던 거즈도 새로 갈아 주시는데 엉덩이에 이 거즈와 붙어있던 테이프도 제거해 주십니다. 뭔가 시원한듯 하면서도 창피합니다. ㅠㅠ 살짝 배변감이 있었지만 다음날 아침까지는 참아야하기에 꾸욱 참아가면서 힘들게 잠을 이루었습니다.
수술 둘째날 ~ 넷째날
낯선곳이라 잠을 잘 못잘줄 알았는데 6시간정도 꿀잠을 잤습니다. 간호사님은 수시로 저의 상태를 체크하러 드나드시고 아침, 점심, 저녁 약과 주사도 챙겨 주십니다. 아침 7시가 좀 넘는시간 드디어 아침식사를 하게 됩니다. 앉기 너무 힘들었지만 미리 챙겨간 도넛방석으로 이리저리 자리를 자세를 잡아가며 앉아 먹었답니다. 식사는 맛이 있기도했다가 없기도 했다가...별로 초딩입맛인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입원생활 중 좌욕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 기본적으로 3번은 해야하고 변을 볼 경우에 추가로 해주어야 합니다. 몸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걷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소중이를 위해 좌욕을 거를 순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판을 엘레베이터 옆 보관함에 넣은 뒤 좌욕을 하러 갑니다.
제 생에 첫 좌욕 입니다. (2년전 수술 후에는 샤워호스만 사용하고 좌욕기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좌욕준비물 : 좌욕커버, 거즈, 생리대, 물티슈
새항운병원에서 좌욕커버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줍니다.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병원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좌욕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변기와 비슷한 모양인데 구멍에 맞추어 투명커버를 설치해 줍니다. 자리만 잘 맞추어주면 쏙 들어갑니다. 좌욕을 하기 전에는 소중이에 끼워있는 거즈를 빼내고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거즈와 생리대에 무서울정도로 많은 양의 붉은피가 묻어 있습니다.
좌욕기 사용방법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셋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시작만 눌러주면 되었습니다. 그럼 붉은 조명이 켜지며 좌욕기로 따뜻한 물이 차오르게 되고 기포가 발생합니다. 온수이기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수술부위를 조금씩 자극하는 느낌이 들기때문에 그리 상쾌하지는 않습니다. 좌욕이 끝나면 온수도 자동으로 빠지게 되고 잠시 기다리면 따뜻한 바람으로 건조가 시작됩니다. 건조가 마무리되면 준비해온 물티슈 혹은 좌욕실에 준비된 티슈를 이용하여 건조되지 않은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수술 부위에 자극이 작게 느껴지도록 천천히 조심해서 물기제거해 줍니다. 그리고나서는 준비해온 새 거즈를 소중이 사이에 붙이고 생리대를 새걸로 갈아줍니다.
좌욕은 입원기간 3박4일동안 기본적인 일상이 될 겁니다.
그렇게 좌욕을 하고 닝겔폴대를 끌면서 조심스레 병실로 돌아옵니다. 혼자서 딱히 할게 없습니다. 앉으면 많이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누운 상태로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그동안 못본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봅니다.
그런데 좌욕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배에서 신호가 옵니다. 어제부터 못나가게 막고있던 그녀석들입니다. 하....좌욕한지 얼마나됐다고....정말 두려운 마음을 안고 병실 화장실로 걸어갑니다. 거즈에는 벌써 붉은 피가 선명합니다. 엉덩이 사이에 거즈를 제거 한 후 변기에 앉습니다. 좌욕기에 앉을때와는 기분이 틀립니다. 지금은 아주 비장할때입니다. 누군가 인터넷에 치루수술 후기를 올린것이 기억이 납니다. 변을 볼때 드래곤을 내뿜는 고통을 느꼈노라고...
결론은,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마치 변이 항문관을 통해 나오면서 중간에 화강암과도 같은 커다란 장애물을 만나 옆으로 돌아서 좁은길을 억지로 삐져나오려는 기분이 든답니다.
무통주사덕분인지, 제가 평소에 변을 설사처럼 누어서인지 변을 볼때 아주아주 힘이 들긴했지만 걱정한 만큼은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수술 다음날이라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없어 변을 끊기가 상당히 힘이듭니다. 솔직히 변을 끊을 힘이 없어 그냥 나오는 만큼의 변만 눌 수 있었습니다. 저의 방광에 보관된 100%의 변 중에 30% 정도만 나온 느낌입니다. 아...이 기분 그리 좋지 못합니다. ㅠㅠ병원에서도 변을 볼때는 3분~5분안에 해결하고 힘을 많이 주면 안된다고 했답니다. 덕분에 하루에 두번 정도 변을 보러 가야했습니다.
미리 준비해온 물티슈를 이용해 저의 소중이를 뒷정리할 시간입니다. 헉, 소중이가 엄청나게 부어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어있습니다. 그래서 물티슈로 소중이를 닦는 촉감이 좋지 않습니다. ㅠㅠ 힘들게 뒷정리를 마치고 바로 좌욕실로 이동합니다. 아침에 했던 것 처럼 좌욕을 다시 시작합니다. 좌욕기 커버에 피와 변 조각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나마 저는 입원중 변을 잘 본 케이스 입니다. 함께 병실을 썼던 어르신께서는 좌약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3박4일 입원기간동안 변을 보지 못하셨답니다.
병원생활은 대략 이런 패턴입니다.
아침기상 → 아침식사 → 아침약먹기 → 좌욕 → 엉덩이주사 → 닝겔교체 → 점심식사 → 점심약먹기 → 좌욕 → 닝겔해체 → 저녁식사 → 저녁약먹기 → 좌욕 → 엉덩이주사
오전에 닝겔을 맞고 오후가 시작될 즈음이면 닝겔을 다맞게 됩니다. 그럼 오후부터는 닝겔폴대없이 주머니에 무통주사만 넣은채로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편한 엉덩이 덕분에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할 겁니다.
닝겔이 다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있다보면 저처럼 피가 역류하기도 합니다. 병실에 인터폰이 있어 연락을 하면 간호사님이 바로 찾아와주십니다. 참고로 간호사님들은 모두 친절 했습니다.
입원 3일째 되는 날 무통주사 리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무통주사 추가리필없이도 괜찮다는 분들이 계시던데 저는 입원기간중 최대한 안아프게 있고 싶은 마음에 추가 했답니다. 리필 추가 약 2만원 입니다.
연휴때문에 입원 3일째 아침에 저를 수술한 병원장님을 회진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엉덩이를 한번 까보고는 '수술잘됐네' 라고 하시며 번개같이 가버리시려고 하길래 급하게 생각해낸 궁금증을 질문하려 했더니 간호사통해서 물어보면 된다면서 가시더라구요...뭐지...많이 바빠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잠시라도 이야기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여튼 병원장님 말로는 수술은 잘 되었다는군요.
입원 3일째 되는 날 같은 병실을 사용하던 어르신이 퇴원을 하고 저는 창가자리로 옮겼습니다.
와.....진짜 역시 창가자리가 좋습니다. 답답하지도 않고 창틀에 짐을 더 올려 놓을 수도 있고 모든것이 좋습니다. 새항운병원에서의 마지막 날은 2인실이지만 혼자서 편하게 내맘대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어폰없이 티비와 노트북,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 완전 좋았습니다. 사실 병실을 사용하면서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않을까란 마음에 이어폰을 장시간 이용하다보니 귀가 아프더라구요 ㅠㅠ
퇴원준비
지나가지 않을것 같던 3박4일의 입원생활이 마무리 되고 퇴원준비를 합니다. 지방에 살다보니 수술 후 통원치료가 힘들어 토요일마다 방문해서 진료를 받기로 합니다. 그래서인지 처방약도 8일치를 준비해 줍니다.
퇴원하기 1시간 전이 되어서야 3박4일동안 저의 혈관에 꼽혀있던 주사바늘을 뽑았습니다. 왼팔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무통주사와도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보험사에 청구할 서류를 미리 체크해서 원무과에 접수해놓고 원무과에서 전화가 오면 퇴원 수속을 하러 갑니다. 2인실 3박4일 치루수술 총 병원비는 41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참고로 항문관련질환들은 2009년 이전 가입된 실비보험들은 대부분 실비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제가 가입한 실비보험도 2007년도에 가입된 보험이라 2년전 항문농양제거 수술 때에도 실비지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치루수술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입원 1일당 입원비만 4일치 받을 수 있었답니다. 실비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에 미리 연락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퇴원하는 날 병원주차장에 주차해두었던 자동차를 끌고 집까지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야했습니다. 운전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었지만 생각보다? 앉아있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수술이 정말 잘 되어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지만 알고 보았더니 무통주사 효과가 남아있어서라 생각됩니다...집에 도착해 얼마 있지 않아 병원에 있을때보다 좀더 불편한 상태의 엉덩이가 되어 자주 엎드려 있었답니다 ;;
일상생활
치루수술후 회복 시간은 못해도 3주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당장에 1주일만에 확연히 증상이 좋아지기란 힘든일입니다. 저의 기본적인 회사 업무가 많이 걸어다니고 힘을 쓰는 일이다 보니 출근을 하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동료들이 신경을 써주어 힘을 덜 쓰고 편한 일을 하긴 했지만 쉬지 못하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큰 곤욕입니다.
퇴원을 해서도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3번씩 약을 챙겨먹고 꼭 좌욕과 거즈/생리대를 갈아주어야 하는데 회사에 출근해서는 거즈와 생리대만 갈 수 있었고 좌욕은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변을 해결하고 싶어 회사에서 화장실이라도 찾는 날에는 물티슈를 꼭 챙겨가서 뒷처리를 하곤했습니다. 퉁퉁 부은 항문주변을 뒷정리하기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걸어다니다보면 거즈와 항문의 간섭으로 인해 상처부위가 굉장히 따끔거리고 쓰라립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됩니다. 그럴땐 함께 처방받은 바르는 약을 거즈에 양을 늘려서 바른 후 항문에 끼워두면 좀 더 생활이 편해집니다. 바르는약의 경우 거즈 한가운데에 적당량 바른 후에 반으로 접었다 펴서 약이 거즈에 고르게 퍼지게 한 후 엉덩이 수술부위에 넣어둡니다.
소중이의 살점이 완전히 다 차오르고 분비물이 안나올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술도 마시지 말고 오래 앉아있는 일도 줄이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버블좌욕기로 아침 저녁으로 꼭 좌욕을 합니다. 좌욕할때 저의 소중이가 깨끗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저의 경우는 수술 후 2주째부터 피의 양이 줄었고 4주째까지도 분비물과 소량의 피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병원을 방문하여 먹는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받고있지만 완전히 나으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통원치료할때는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운전해가면서 막힌 도로를 달리는 일은 저에겐 너무 힘든일이었습니다. 1시간 버스를 이용해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해 30분 가량 지하철을 서서 이용해 병원을 방문 중 입니다.
마무리
완벽하게 나은 상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병원선택과 의사선생님 선택이 만족스럽습니다. 여러가지를 놓고 보았을때 병원의 질이나 의료수준이 예전에 수술했던 병원보다 훨씬 만족스럽답니다. 회복과정이 오래걸릴뿐 병원문제는 전혀 없는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하기도, 병원을 찾기도 쉬운 질병이 아닙니다. 하지만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으시는게 멀리 보았을때는 훨씬 이득일 것입니다. 두려워마시고 가까운 항문외과 혹은 지역별 유명한 병원을 찾아보고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