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서 우리 가족만의 겨울눈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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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눈 구경

무주에서 우리 가족만의 겨울 눈 구경

 

눈이 많이 내리는 분들은 모르는 이야기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어도 눈을 구경하기란 참 쉽지 않다.

 

지난번 전국적으로 한파가 왔을 때에도,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을 때에도 TV 속 뉴스를 보면서도 그저 딴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TV 속 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을 보고 싶어 안달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평일 하루 시간을 내어 그나마 거제도에서 가볼만한 전라북도 '무주'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무주에는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는 무주리조트가 있기에 남쪽나라에 사는 많은 분들이 스키, 보드와 덕유산 눈꽃 등을 보기 위해 찾는 곳 이기도 하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간 것은 아니었다. 

 

차를 몰고 올라오다보니 함안 즈음부터 논밭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눈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내기 바빴다.

 

무주의 어딘가. 

 

그냥 막연하게 눈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기다 차창 밖으로 제법 넓은 평지의 논이 보이길래 안전한 곳에 무작정 차를 주차해본다.

 

전날 내린 눈으로 인해 논밭은 하아얀 옷을 뒤덮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첫눈을 밟을 수 있다면서 굉장히 들떠있었다.

 

어딘지 몰라도 우리가족만을 위한 놀이터가 되어줄 이 곳.

 

너무도 감사하다.

 

아들 2호는 어디서 보았는지 시키지 않아도 무작정 눈밭에 드러눕더니 파닥파닥 날개짓을 한다.

 

눈을 만나면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 말이다.

 

 

생각 외로 따뜻한 겨울 날씨.

 

4센티미터 정도 쌓인 눈밭을 아이들은 첫 발자국을 남기면서 뛰어 논다. 

 

이런 순간, 이런 장소에서 아이들에게 브레이크를 걸고 싶지는 않다. 

 

마음 가는 데로, 발길 닿는 대로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이고 우리까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 시대인 만큼 아무도 없는 눈밭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눈싸움부터 할까 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엄마는 뒤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눈사람을 만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을 굴려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뭉쳐지지 않는 눈 때문에 어렵사리 눈을 모으고 모아서 지옥에서 온 눈사람 하나를 완성해 낸다.

 

우리 가족의 눈사람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나뭇가지를 구해온 아이들 덕분에 눈, 코, 잎, 손 까지 그럴듯한 우리 가족만의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그런 눈사람과 함께 사진도 한 장 남겨보고.

 

몇 년 만에 눈밭에서 가족사진도 찍어 본다.

 

이제 눈사람도 만들었겠다. 남은 건 바로 '눈싸움'

 

아들만 둘 키우는 가족에게 적당히란 없다.

 

2대 2 팀을 나누어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눈을 던지고 달리고 쫓고를 반복한다.

 

눈 싸움
무주 눈싸움
안지기님에게 공격 후 도망치기
나를 쫓는 안지기님
눈 싸움에 신난 아이들

눈에 맞아가면서도 역동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내 몸을 희생해본다.

 

눈 모으는 아들2호

보이는가.

 

엄마가 아들에게 날리는 눈덩이를.

 

엄마도 예외는 없다.

 

머리 위로, 목 뒤로, 얼굴로. 몇 번이고 서로 당하기를 반복.

 

그래도 너무너무 즐거운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족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떠나지를 않는다.

 

진짜 잘 왔다는 생각.

 

몇 번의 휴식과 눈싸움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덧 이 곳에서 논 시간만 2시간이 다되어간다.

 

눈 다발 던지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던 안지기님.

 

이 정도면 만족하실는지.

 

어렸을 적부터 어디서건 들어 눕는 것을 좋아하던 아들 2호는 오늘도 예외 없다.

 

이런 자연 속에서 걱정 없이 등을 기대어 누워볼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길.

 

눈에서 일어나 두 눈 감고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는 아들 2호.

 

그런 모습을 따라 하는 안지기님.

 

이제는 떠나야 할 때.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풀이 죽은 아들 2호.

 

눈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아 있던 눈밭이 우리 가족의 발자국으로 지저분해졌다.

 

그만큼 열심히 뛰어다닌 눈싸움의 흔적들.

 

눈밭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있는 눈사람이 벌써 그립다.

 

점심식사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긴 후 지나는 길에 알게 된 이 곳.

 

지도상에 이름은 '남대천'

 

무주읍 중심에 흐르고 있는 강인 것 같은데 이름도 모르고 지나는 길에 너무 멋진 모습에 반해서 주차라인에 주차를 하고 들러보았다.

 

꽁꽁 얼어있는 강 위로 전날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곳에 사는 분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풍경일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겨울날 최고의 풍경이었다.

 

돌담길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가 사람들이 강 위에 모여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들 썰매를 태워주는 분들, 친구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 등 제법 많은 분들이 강 얼음 위에 올라가 있었다.

 

혹시라도 얼음이 깨질까 봐 올라가지 못하다가 용기 내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 보았다.

 

두 손 꼭잡은 아들1호 2호

이렇게 얼어있는 강 위에 올라와 있는 건 연애시절 강원도 화천 이후로 처음이다.

 

소복이 쌓인 눈 때문인지 더 운치 있고 멋있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도 뛰어놀기 바쁘다.

 

때론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정열적인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의 정말 즐거웠던 겨울 당일치기 무주여행.

 

무주를 방문했다면 꼭 가봐야 한다는 덕유산 곤돌라, 무주리조트, 반딧불축제는 못 가보았지만 이름 모를 눈밭에서, 꽁꽁 얼은 남대천 강 위에서 맑고 깨끗한 눈과 함께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눈을 보면서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던 우리 아이들.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족의 아름다운 겨울 추억을 잊지말고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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