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수목장 늘푸른수목장 계약기

경남 거제 수목장 늘푸른수목장 계약기

쉬는 날 오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 있으면 같이 어디 좀 가보자면서. 어머니를 태우고 도착한 곳은 경남 거제시 사등면에 위치한 늘푸른수목장이라는 곳이었다. 사실 어머니께서는 5년 전부터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시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이런 행동이 뜬금없지 않았지만 적지 않게 당황한 것도 사실. 하지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결국 방문 첫날 바로 계약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썸네일
거제 늘푸른수목장

몇 개월 전 누나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장례절차나 고인을 모실 곳을 어른들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어머니를 모실 곳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수목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납골당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수목장은 너무도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께서는 내 나이 21살에 돌아가셨다. 당시 아버지의 유언대로 화장한 뒤에 아버지의 고향 뒷산에 뿌려드렸었는데 시간이 지나 내가 더 큰 어른이 되고나서야 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아버지를 뿌린 뒷산은 풀과 나무가 너무 자라 이제는 접근하기 조차 힘든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늘푸른수목장이 위치한 곳은 어느 정도 지대가 높은 곳으로 바로 맞은편에는 납골당도 위치해 있었다. 주차장은 넓었고 위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늘푸른수목장의 관리동이라 할 수 있다. 계약 및 문의는 저 건물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수목장에 대한 안내를 도와 달라고하니 사장님께서 직접 앞장서 걸으시면서 수목장으로 향했다.

 

건물의 오른쪽으로는 돌계단을 이용해 수목장에 다다를 수 있으며 왼쪽으로는 얕은 비탈을 지나 산책로와 만나게 된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경사는 있지만 평평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늘푸른수목장 가는길

수목장에 들어가는 길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무 그늘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공기 좋은 숲 깊을 걷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위 길 멀리에 보이는 것이 수목장이다. 관리동에서 수목장까지는 건강한 성인 남성 기준으로 5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거제 늘푸른 수목장전경

늘푸른 수목장의 모습.

 

정말 솔직히...탁트이고 넓은 잔디밭 곳곳에 심긴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참 관리가 잘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고 차가운 건물 속에 모셔지는 것보다 볕 잘 들고 자연과 함께하는 이곳이 너무도 좋게 느껴졌다.

 

다른 수목장을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서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첫인상은 매우 만족이다.

 

수목장에 도착하면 사장님께서 늘푸른수목장에 대한 다양한 부분들을 설명해주신다. 이때 모르는 것들을 마구 질문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경험도 없고 모르는 것이 많아 질문을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1년된 나무와 6년된 나무

위에 보이는 사진의 왼쪽은 1년된 나무이고 오른쪽은 6년 된 나무이다. 저 공간에는 최대 2명의 고인이 안치될 수 있다. 6년 된 나무는 이 수목장이 처음 생길 때 있던 나무로써 나무가 너무 자라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신다고 한다. 어린 1년 된 나무가 귀엽기만 하다. 

 

어머니께서는 얼마전 친한 지인이 이곳에 묻혔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 당시만 해도 볕 잘 들고 조금 높은 장소에 고인을 안치했다고 하는데 그 주위로 분명 빈자리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명당이라 할 수 있는 장소들은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

 

추모하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리하는 분들만 아는 방식으로 예약이 완료된 곳에는 위 사진과 같이 벽돌이나 나무를 얹어 자리를 미리 표시해 둔다고 한다.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을 때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다면 그곳은 계약이 가능한 곳이다.

 

늘푸른수목장

완만한 경사로 수목장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만들어진 시기와 고인들을 안치하는 인원에 따라 종류가 구분되어 있었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어 나무그늘 아래에서 잠시 쉴 수 있었으며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경치도 정말 훌륭했다. 실제로 벤치와 데크에서 이야기 나누는 분들이 보였다.

 

막상 수목장에 오니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솔직히 부정적인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삶의 마지막 후 쉬어야할때가 왔을 때 이런 곳에서 쉴 수 있다면, 고인이 되는 분도 고인을 찾으려는 분들에게도 서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곳의 사장님과 아무련 연관이 없으며 협찬도 아니며 내 돈으로 어머니가 쉬실 곳을 계약한 사람이다.

 

나와 같이 이런 수목장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남겨볼까 한다.

 

수목장 분양 가격

늘푸른수목장 분양안내

수목장의 가격은 위 사진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어머니와 누나가 사용할 목적으로 부부목(2인)을 선택했다. 부부목을 기준으로 설명해드릴까 한다.

 

부부목 2인

나무는 에메랄드 골드이다.

 

부부목을 선택할 경우 기본 1인 금액은 400만원이며 추후 1명이 추가될 경우 100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관리비는 1년에 5만원으로 10년 치 50만원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 단, 이 관리비는 한 분이라도 고인을 묻게 되었을 때부터 발생한다. 계약을 했다고 해서 바로 관리비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 관리비는 10년 치를 납부한 다음, 다음 10년 치의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는 때가 되었을 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관리비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한다. 2배처럼 크게 오르는 일 없이 1만 원 내외로 오른다고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어 보였다. 10년 치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오히려 이 방법이 더 깔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에 놓아두는 비석은 15만 원이다. 추후 추가 고인이 묻힐 때에는 추가금이 발생한다.

 

산짐승이 내려와서 나무를 해치는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직 그런 일은 없었지만 방문객들이 술이나 음료, 평소 고인이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가지고와 차리고 나서 우리나라의 옛 풍습처럼 곳곳에 뿌려둘 때가 있다고 한다. 관리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방문객들께서 기본적인 사항을 지켜주시길 당부해주셨다.

 

나무 주위로 놓인 꽃들은 모두 조화이다. 관리동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 개인이 다른 곳에서 준비해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관리동에서 조화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밖에서 구입해 오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사장님께서 알려주셨다. 미처 조화를 준비해오지 못한 분들을 위해 판매하는 듯하다.

 

비석과 조화
늘푸른 수목장 안내도

위 사진은 2022년 4월의 배치도이다. 사진의 오른쪽이 처음 만들어진 곳이고 왼쪽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곳으로 나의 어머니께서는 1-1단에 계약을 완료했다. 직접 가보면 알게 되겠지만 1-1 단의 경우 오른쪽이 높고 왼쪽이 낮게 기울어지는 지형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접근성과 뷰가 좋았다. 비어있는 곳은 추후 공사를 통해 수목장이 된다.

 

아무래도 지형이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수록 방문하는 사람들이 힘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아닌 다른 방문객들께서 우리 엄마는 왜 저리 높은 곳에 자리 잡아서 자식들 고생시키냐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다.

 

계약은 별도의 문서양식이 없었다. 현장에서 A4 종이에 분양위치 등을 적은 계약서를 사장님께서 2장 작성해 좌, 우로 맞대어두고 가운데 인감을 찍은 뒤 나누어 가진다. 계약금 400만 원은 현장에서 바로 이체했으며 이체자의 이름과 계약서의 이름을 바탕으로 계약 효력을 확인한다.

 

어머니께서 한사코 자기 돈으로 이체하겠다고 했지만 아들 된 도리로 냉큼 내 돈으로 이체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누나랑 반반 나누어내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이제 해야 할 일을 한 가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면서 후련한 생각이 든다는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지인이 이곳에 묻히는걸 직접 보면서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자신도 여기라면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피해를 덜 끼치고 오고 싶을 때 편히 올 수 있겠다면서 좋아하셨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납골당이 나쁘다는 것이 아닌 우리의 생각에는 수목장이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껴졌다.

 

잠들 곳이 정해졌다고 나쁜 생각일랑 하지 말고 더 오랫동안 손자들이 결혼할 때까지, 손자들이 아이들을 낳을 때까지 더 오래오래 사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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