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이지만 괜찮아#1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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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이지만 괜찮아#1 발병

2016년 5월의 어느날.

나의 아들2호. 3살에 만으로 22개월.

평소와 다르게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소리내어 울어대더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안지기와 나는 아이를 가슴에 품고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했지만 이유 없이 울어대는 아들2호는 울다 지쳐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시 잠이 들게되었다. 

 

이상했던 것은 아들2호가 두 발로 서지 못하고 발을 특히 오른쪽 무릎을 만지려 할때마다 더욱 자지러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가까운 병원에 도착했을때

다음날 토요일 우리가족은 아들2호의 병원진료를 위해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았다. 소아과에서 진료를 보았지만 딱히 특이 점을 찾지 못한 선생님께서는 정형외과로 안내를 해주셨고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촬영 후 확인을 해본 결과 마찬가지로 특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성장통 때문일수도 있다면서 몇일동안 깁스를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에 반깁스를 한채로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게된다.

 

깁스를 하고나서 아들2호의 컨디션은 이상하리만치 괜찮아지게 된다. 평소처럼 웃고 떠들고 깁스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단순 성장통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라 생각하고 안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우리가족에게 다시 밤이 찾아오게 된다.

 

괜찮아졌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들2호는 다시 울음을 토해낸다. 뭐가 그렇게 아픈 것일까.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가기만 할 뿐이다. 힘들게 하루 밤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일찍 우리가족은 가까운 대학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오전8시 정도에 도착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아픈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진료를 보기 위해서 침대에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작은 검사부터 큰 검사까지 순서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작은 팔뚝에 바늘을 꼽아 피를 뽑고 소변검사를 위해 그 곳에 길다란 관을 삽입하기도 했으며 이 검사로는 결과를 찾지 못해 초음파검사를 실시, 오른쪽 무릎 연골 사이에 피가 차 있는것 같다며 주사기를 이용해 무릎 연결 사이에 들어있는 액체를 확인해 보게 되었다. 만약 이 검사에서 무릎사이에 투명한 액채가 아닌 피가 나오게되면 좋지 않은 징조라한다. 그런데...아들2호의 무릎 연골사이에서는 주사기 가득 피가 나오게된다...

 

양산부산대학교 응급실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어떤 척수검사를 추가로 했는데 이 검사로 인해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누워있게해야하고 안아주어서도 안되었다. 아이가 누워있는채로 아내는 몸을 숙여 아이를 안아주며 4시간 동안 달래어 주어야했다.

 

그리고 MRI인지 CT인지 하얀색 통안에 들어가 검사도 받게 된다. 어린 아기 였기 때문에 수면약을 먹고 준비가 되면 검사를 하려했지만 마취가 되지 않아 결국 주사로 수면유도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를어쩌나...하얀색 의료기기 안에 홀로 외로이 잠들어있는 나의 아들2호는 완전히 잠이 들지 못해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대로된 검사를 위해 결국 마취를 한번 더 실시하게 되고 힘들게 잠이들어 미동도하지 않는 아들2호를 바라보기가 너무도 힘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수한 검사가 진행되었고 아내와 나는 검사결과가 나올때가지 불안에 떨어야했다.

 

해가 질때즈음 교수님께서 우리가족에게로 오셨다.

 

그리고는 가족중에 혈우병이라고하는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우리아이의 상태를 보아 혈우병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혈우병 검사결과가 나올때까지 병원에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나도 아내도 가족중에서 혈우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혈우병血友病 헤모필리아라 불리는 이 질병은 간단히 말해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피를 멈추게하는 응고인자가 부족해 피가 멈추지 않는 질병이다.

 

아직 확정은 아니었지만 청천벽력같은 말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겁에 질려야했다. 

 

저녁 8시가 넘어 입원실에 자리가 생겨 들어갈 수 있었고 안지기님과 아들2호의 입원 생활은 시작 되었다.

 

나는 아내와 아들2호를 병원에 남겨둔채 아들1호를 차에태워 1시간 30분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다음날 입원준비물을 챙겨 다시 병원을 찾은 나는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잘될거야. 아무일 없을거야. 우리 가족중에는 희귀병 앓고 있는 사람이 없잖아 등 별일 아닌 것처럼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아들1호를 아내는 아들2호를 전담하며 검사결과를 기다렸다.

 

검사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4~5일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혈우병 확진이었다.

 

병원에 있었던 아내는 검사결과를 먼저 듣게 되었고 회사에 있던 나는 아내로부터 결과를 전해 들어야했다. 아내는 눈물을 억누르고 있었고 나는 그저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는 말로 아내를 안심 시켜주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회사분들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몇일 연차를 사용해가면서 병원을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상황은 알고 있었고 별일 아닐거라며 다독여주던 분들이었는데 검사결과에 안타까워하며 위로의 말과 함게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참고 참으려 했지만 그날 나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계속 훔치면서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설마설마했던 일이 막상 나의 일이 되자 감정이 뒤엉켜 마음을 다잡기가 힘이들었다.

 

그리고 바로 아내와 아들2호가 있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병동

도착한 병원에서 아무렇지 않은척 괜찮다면서 아내를 다독여주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니 다시 왈칵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른채 나를 보자 웃던 아들. 미안한 마음에 너무도 컸다.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답답했다.

 

그렇게 우리가족의 혈우병 삶이 시작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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